‘슈렉킹’연애, 불안 없는 사랑을 꿈꾸는 세대의 선택

현대 사회의 젊은 세대는 학업, 취업, 인간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는 불안과 경쟁 속에 살아간다. 치열한 현실은 늘 긴장을 요구하며, 자기계발과 성과를 위한 압박은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일상에서는 감정 관리와 휴식을 통해 균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연애는 다르다. 연애에서만큼은 불안과 경쟁 없이 마음 편히 사랑받고 존중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안정’과 ‘존중’에 대한 욕구가 과도하게 발현되면서 최근 새로운 연애 문화가 등장했다. 이른바 ‘슈렉킹(Shrekking)’이라 불리는 트렌드로, 자신보다 외모가 덜 매력적이라고 판단되는 사람과 일부러 데이트하며 그들이 외모 콤플렉스를 보상하기 위해 더 좋은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모가 평범한 사람이 오히려 더 진정성 있고 성실할 것이라는 편견과 기대심리에서 나타났으며, 일부러 외모가 덜 매력적인 사람과 연애하는 행위를 말한다.

▲ 슈렉(2001) / 출처: 영화 스틸컷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용어는 200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Shrek)’에서 아름다운 외모의 피오나 공주가 평범한 외모의 슈렉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에서 유래되었다. 외모가 ‘덜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배려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 다시 말해 ‘자신의 외모가 더 낫다’는 생각 아래 상대가 더 잘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한다. △틱톡(TikTok),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슈렉킹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잘생긴 사람은 불안하다. 덜 매력적인 사람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올 것 같다”, “외모가 평범하면 나를 소중히 대할 거라 믿었지만 결국 상처만 남았다” 등 여러 가지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기대와 달리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은 경험담이 많아지면서 ‘슈렉당했다(Getting Shrekked)’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전문가들은 슈렉킹을 외모지상주의의 또 다른 변형으로 본다. 슈렉킹 연애는 ‘못생겼다’와 같이 외모가 덜 매력적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낙인찍는 모욕적인 행위이자, 동시에 외모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슈렉킹은 단순한 문화 트렌드가 아니라 현대 연애 문화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예시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현상은 자기존중감과 보상심리와 연결된다. 자신의 매력에 대한 불안감이 클수록, 자신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들이 외모 콤플렉스를 보상하기 위해 자신에게 더 잘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정작 그 안정감을 채워줄 내면과 성격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외모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모순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기대가 지나치면 오히려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고, 상대가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실망하거나 분노를 느껴 관계가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

슈렉킹은 단순히 외모를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는 연애 방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근본에는 안정적이고 존중받는 관계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외모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자신에게도 독이 된다. 상대의 내면과 행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대만 설정하면 실망과 상처가 반복될 뿐이다. 결국 슈렉킹 현상은 안정과 성숙한 관계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이다. 연애에서 진정한 안정과 만족을 추구하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행동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옳다. 외모 차이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가치관의 일치가 관계의 지속성과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외모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원하는 관계의 방향성을 함께 맞춰가는 것이다. 연애에서 좋은 대우를 바란다면, 외모가 아닌 내면과 성격, 그리고 서로가 원하는 관계의 방향성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지키고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길이다. 슈렉킹은 현대 청년들에게 연애에서 ‘좋은 대우’의 의미와 진정한 안정감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