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카페인 과다섭취, 약인가 독인가
시험기간에 급증하는 카페인 소비와 그에 따라 학생들이 겪고 있는 건강문제
시험기간이 되면 캠퍼스 풍경은 확 달라진다. 도서관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학교 앞 카페는 늦은 밤까지 북적거린다. 편의점 냉장고는 커피와 에너지음료가 금세 동나고, 학생들의 손에는 늘 아메리카노나 에너지 음료가 들려 있다. 과제와 시험을 버티기 위한 ‘카페인’은 이제 대학생들의 필수템처럼 자리 잡았다. 바쁜 일정과 쏟아지는 공부량 속에서, 카페인은 ‘집중력 부스터’이자 ‘버티기 위한 비상약’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며 시작한 습관이 어느새 여러 잔으로 늘어나고, 그 끝은 종종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시험 성적을 위해 마신 커피가 오히려 집중력을 흐리고,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역효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 실태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시험기간 대학생의 카페인 섭취량은 평소보다 약 3배 증가한다. 한국보건간호학회지의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로 ‘공부할 때 잠을 깨기 위해서’(42.7%)를 꼽았고, 두 번째는 ‘피로 회복’(26.5%)이었다. 또한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가장 많이 마시는 장소로 도서관이 꼽혔는데, 이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기 위한 각성 효과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카페인 음료가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일수록 부작용 경험률이 높았으며, 위험성 인식도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공부 부담이 큰 학생들이 부작용보다 단기간의 각성 효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카페인 의존으로 이어지고, 카페인으로 버티는 문화가 늘어난 것이다. 대학생들의 실제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60~120mg으로,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량인 400mg보다는 낮다. 그러나 시험기간에는 단기적으로 섭취량이 급증하여 건강에 부담을 준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평균 100~150mg, 캔커피에는 약 60~100mg, 에너지 음료 한 캔에는 80~2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어 하루 3~4잔만 마셔도 권장량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카페인을 과다섭취하게 되면 몸은 버티지 못하고 다양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잠들기 어렵거나 밤새 뒤척이는 수면장애, 심장이 빨리 뛰고 두근거리는 심계항진이 있다. 이외에도 손떨림, 근육 경련, 위장 장애, 피로감 증가,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반복되면 학습능력 저하, 면역력 약화,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카페인 섭취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끊는 것은 두통·피로감 같은 금단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일주일에 한 잔씩 줄여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카페인을 대체할 음료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보리차, 루이보스차, 허브차 등은 카페인이 없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꼭 필요하다면 디카페인 커피로 바꿔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카페인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데 약 5~6시간이 걸리므로 오후 2시 이후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피로할 때는 카페인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혹시 카페인을 과다섭취 했을 경우에는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수분섭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인은 이뇨 작용이 있어 체내 수분을 빼앗기 때문에, 적절한 수분 보충은 카페인 배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마셔 주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생활습관 개선이다. 하루 7~8시간 숙면을 취하고, 명상·심호흡·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 카페인 없이도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에게 있어 시험 성적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이다. 한두 번의 시험을 위해 몸을 혹사하고 카페인에 의존하는 습관은 결국 장기적으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좋은 성적은 건강한 몸과 안정된 컨디션에서 나온다. 오늘의 성적보다 내일의 컨디션, 이번 시험보다 평생의 건강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험기간에도 자신을 돌보고 균형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공부 잘하는 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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