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프라이드』에 나타난 몸의 정치학과 진정성의 허구성

서장원의 단편소설 『리틀 프라이드』는 2024년 『자음과모음』 봄호에 발표된 이후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르며 강렬한 비평적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2025년 제16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된 버전으로 이 작품을 읽었다.

소설은 트랜스젠더 남성 토미와 작은 키 콤플렉스를 가진 오스틴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외모와 젠더 정체성, 그리고 인정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정밀하게 포착한다. 토미는 성전환 수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지만, 법적 성별의 장벽과 타인의 편견에 부딪힌다. 반면 오스틴은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지연장술을 감행하고, 이를 근거로 토미와 자신을 ‘전우’로 동일시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변화는 동기와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오스틴의 여성혐오적 발언은 소수자 간 연대의 불가능성과 진정성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작품은 겉으로는 ‘변화’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두 인물을 병치시키지만, 그 내면에는 극복할 수 없는 본질적 균열이 존재한다. 토미에게 성전환 수술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투쟁이었으나, 오스틴에게 사지연장술은 외부의 기준에 적응하려는 자기 연출이었다. 신체 변형은 각기 다른 결핍과 욕망을 반영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더 깊은 불안과 자기 소외로 이어진다. 신체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규율되고 상품화되는 장소가 된다. 토미는 법적 성별과 타인의 시선 속에 제약받으며, 오스틴은 수술 이후 사회적 지위를 기대하지만 결국 내면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다.

서장원은 이 작품을 통해 신체가 어떻게 정치화되고, 인정 욕망이 시장의 논리에 포획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신체 변형은 자율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회적 승인과 경제적 가치에 의해 규정된 선택이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동기를 지녔음에도 결국 인정이라는 동일한 구조에 종속된다.

젠더 정치의 측면에서도 문제의식은 뚜렷하다. 토미는 생물학적 여성성에 저항하여 몸을 재구성했으나, 사회는 여전히 그의 존재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는다. 오스틴은 열등감 극복의 과정에서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남성 중심 질서를 복원하려 한다. 이는 젠더 질서 재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성성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리틀 프라이드』는 인정의 정치가 어떻게 시장화되고 폭력화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인정은 더 이상 공동체적 지지나 상호 존중의 결과가 아니라, 경쟁과 평가를 통해 획득해야 하는 성취물이 되었다. 토미와 오스틴은 끊임없이 자신을 교정하고 연출하며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만, 이 과정은 내면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 진정성은 요구되지만 동시에 상품화되고 연출되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침몰한다.

다만 이 작품은 뛰어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깊이와 감정적 설득력 면에서 일정한 아쉬움을 남긴다. 토미와 오스틴의 대비가 지나치게 명료하여 인물의 복합성과 모호성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 토미의 내적 균열과 모순은 표층적으로 제시되는 데 그치며, 오스틴 역시 전형적 여성혐오자로 단순화된다. 또한 서사의 긴장감은 초반 이후 점차 약화되고, 전개는 직선적으로 흐르며 결말이 예측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변화된 외형이 아닌 존재 그 자체를 긍정하는 것은 가능한가. 사회적 승인과 인정 욕망의 구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가. 신체 변형이나 인정의 획득이 곧 내적 불안의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작품은 결국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고, 누구도 완전히 해방되지 않은 채, 각자의 불안과 결핍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제시한다. 이는 체념이 아니라, 조용하고 치열한 긍정의 연습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독자에게도 향한다. 글을 쓰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다는 자각 속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파도처럼 일어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되새기게 한다. 『리틀 프라이드』의 토미처럼 우리 또한 사회라는 거울 속에서 스스로를 비추며,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두드리는 글자들은 자신을 껴안는 길인가, 아니면 여전히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는 투쟁인가.

부산 영도의 바다를 바라보며 필자는 깨닫는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도,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긍정할 수 있다. 그것은 불완전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힘이다. 『리틀 프라이드』가 남긴 질문은 결국 우리 각자에게 돌아온다.

김 은 (철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