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깊어지는 독서의 시간

“왜 하필 가을일까?”

매년 가을이면 도서관과 독서 공간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학생들로 붐빈다. 교내 서점에는 신간들이 줄지어 진열되고, 북카페와 독립 서점 또한 가을 독서객들로 활기를 띤다.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현상은 매년 반복되는 하나의 문화 적 흐름이다.

대학생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을까? 가을 독서 트렌드는 비교적 정제된 ‘천천히 읽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스마트폰과 SNS에서 빠르게 스크롤하는 정보 소비와 달리, 긴 호흡으로 집중하며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는 독서가 인기다. 특히 올해 가을, 문학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신간 중 하나는 구병모 작가의 『절창』이다. 이 소설은 타인의 고통을 신체로 느끼는 주인공을 통해 상처와 공감, 기억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심리적 몰입과 함께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사유하게 한다. 또 다른 추천 도서로는 문목하 작가의 『장미와 나이프』가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의 다층적인 감정과 도덕적 딜레마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미스터리 장르적 요소와 문학적 깊이가 조화를 이루어 젊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학생들은 이러한 문학작품을 통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서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눈을 키운다. 독서는 자기 내면과 마주하고,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며,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왜 대학생들은 가을에 유독 책을 많이 읽을까? 첫째는 △기후적 이유다. 여름철 무더위가 가시고, 겨울 한파가 오기 전인 가을은 독서하기에 쾌적한 날씨를 선사한다. 맑고 선선한 공기는 실내 집중력을 높이고, 창밖의 낙엽과 고즈넉한 풍경은 독서의 분위기를 돋운다. 둘째는 △학사 일정의 영향이다. 중간고사를 끝낸 후 본격적인 학기 후반부를 준비하는 시기로, 일시적이지만 학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시점이다. 이때 학생들은 공부와 휴식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며, 독서는 자기 계발과 정서적 충전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 셋째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연관된다. 디지털 미디어와 빠른 정보 소비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느리게 읽고 사유하는 행위는 하나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자 정신적 탈출구로 인식된다. 가을은 이러한 느림과 사색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계절이다.

각 대학은 이런 가을 독서 문화 확산에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가을맞이 특별 전시와 추천 도서 코너를 마련하고, 독서 동아리와 연계해 북토크 및 독후감 공모전도 개최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양과목과 연계해 ‘가을 독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SNS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추천하는 책 목록, ‘가을에 읽기 좋은 책’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전국 대학생들이 독서 경험과 감상을 나누는 장이 되고 있다.

가을은 지나간 여름을 정리하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그 사이사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문화적 습관이 아닌,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내면과 대화하는 행위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독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인생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는 책을 통해 위로받고, 누군가는 새로운 생각을 만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사회를 보는 시선을 확장한다. 캠퍼스를 스치는 바람처럼 가을은 책과 함께 조용히 지나가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올해 가을, 책 한 권과 함께 자신만의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시간이 대학생들에게 조금 더 풍요롭고 깊이 있는 삶의 한 조각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