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본격 ‘초고령사회’ 진입
돌봄·의료·일자리 중심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더 이상 고령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사회의 대응 속도는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령 인구 증가는 돌봄 공백과 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노동시장 구조 변화까지 요구하면서 기존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고령사회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현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변화는 사회적 구조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과거 가족 중심으로 유지되던 돌봄 체계는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약화되고 있다. 동시에 만성질환과 복합 질환이 증가하면서 의료 체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해졌다. 은퇴 이후에도 노동을 이어가야 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 일자리 경쟁과 사회적 역할 재정립 역시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과제로 평가된다. 정부는 고령사회 대응을 국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나라’라는 비전 아래, 저출생·고령화 대응 예산이 지난해 62.6조 원에서 70.4조 원으로 12% 늘었다. 고령자 관련 예산은 건강, 돌봄, 의료, 일자리 인프라 확충에 집중 배치됐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돌봄 방식의 전환이다. ‘어르신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은 요양 시설 중심 돌봄에서 벗어나, 고령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필요한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족에게 집중되던 부담을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는 시도로, 고령자의 삶의 질과 자율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크다.
의료 분야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의료 인프라가 확대되고,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시설과 장비 확충이 추진된다. 이는 대도시 병원 중심 구조를 벗어나 지역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치매, 심혈관 질환 등 고령층 주요 질환을 조기에 관리할 수 있는 AI 기반 진료 모델이 도입되면서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 기술은 병원 방문이 어려운 고령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의료 비용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고령층의 디지털 적응을 지원하는 보완책 마련이 함께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도 단순한 소득 보전의 차원을 넘어 사회 참여와 직결된다.
올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노인 일자리가 확대되며, 기존 공익형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돌봄, 안전 관리, 지역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 참여를 늘리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돌봄은 시설에서 지역으로, 의료는 치료에서 예방으로, 일자리는 생계 중심에서 사회 참여 중심으로 이동한다. 고령사회 대응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다. 고령사회 준비는 일부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세대, 제도를 아우르는 사회적 재설계이며,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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