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 해를 함께할 책 추천
병오년 붉은 말의 해, 바쁜 일상 속 마음을 살피는 책 다섯 가지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다. 붉은 말은 ‘교류’와 ‘번영’, ‘출세’를 상징하며, 빠른 전진의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동시에 빠른 속도만을 강조하는 일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조절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출판계에서는 빠르게 소비되는 독서보다 비교적 천천히 읽으며 사유의 여백을 남기는 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과와 효율 중심의 독서에서 벗어나, 읽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려는 독자층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김신지 작가의 에세이 『제철행복』은 사계절의 흐름에 맞춰 각 계절마다 누릴 수 있는 작고 소중한 행복을 소개하는 작품이다. 계절과 관련된 아름다운 우리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시간의 변화와 감각을 환기시키는 구성이 특징이다.
김경미 시인의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이다. 이 시집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경미 시인은 일상의 언어로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며, 독자 각자가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다른 지점에서 공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특히 내향적인 화자의 시선과, 작약꽃의 꽃말처럼 부끄러움과 수줍음을 품은 감정들이 담백하게 펼쳐져 있어 조용히 읽기 좋은 시집이다. 빠른 속도의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곁에 두기 좋은 책이다.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집 『혼모노』는 자극적이고 빠른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일상 속에서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가짜가 쉽게 소비되는 사회 속에서 진정성, 그리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화·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되, 개인의 선택과 태도에 대한 질문을 중심에 둔다.
한강 작가의 『빛과 실』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비롯해 일기, 에세이, 미발표 시 등을 엮은 책이다. 한강 작가 특유의 깊고도 절제된 문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삶과 고통,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류시화 시인의 시집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 안의 모순된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이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짧은 호흡의 시들이 이어지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들 책은 공통적으로 빠른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속도로 읽으며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붉은 말의 해라는 상징 아래, 달림과 멈춤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기에 주목할 만한 읽을거리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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